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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따라 다른 불상 손 모양(수인)의 뜻

by 반짝이는멜론님 2025. 5. 21.

사찰에 따라 다른 불상 손 모양(수인)의 뜻
사찰에 따라 다른 불상 손 모양(수인)의 뜻

 

🌿 불상의 손 모양,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사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불상. 그 불상의 손을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있으신가요? 왼손을 무릎 위에, 오른손은 땅을 가리키고 있거나, 두 손을 둥글게 모아 무언가를 감싸고 있기도 하죠. 이처럼 불상이 취하고 있는 손 모양을 불교에서는 수인(手印) 이라 부르며, 각기 다른 뜻과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수인은 불보살이 깨달음, 자비, 법의 전달, 중생 구제 등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자 하는지 나타내는 상징 언어입니다. 즉, 불상은 단지 ‘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 손짓을 통해 말 없는 설법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지금부터는 사찰에서 자주 마주치는 대표적인 수인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그 뜻과 철학, 감상 포인트를 소개해 드릴게요.

 

🪷항마촉지인 (降魔觸地印) – 부처가 깨달음을 얻던 그 순간의 손

사찰의 대웅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석가모니불상입니다. 그 불상이 오른손을 무릎 아래로 내리고 손끝을 땅에 닿게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그건 바로 불교에서 가장 강렬한 상징 중 하나인 항마촉지인입니다. 이 손 모양은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던 결정적인 순간을 상징하죠. 수많은 마군과 유혹이 몰려왔지만, 석가모니는 흔들리지 않고 손끝으로 대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이 땅이 나의 깨달음을 증명해 줄 것이다.” 이 손짓은 단지 마귀를 물리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모든 번뇌와 혼란 속에서도 나의 진실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교 수행의 정수, ‘부동심(不動心)’을 상징합니다. 항마촉지인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동작의 간결함과 절제입니다. 어떤 장식도, 과장도 없이 가만히 내려진 손 하나에 온 우주의 침묵이 담긴 듯한 느낌이죠. 그래서인지 이 수인을 취한 불상 앞에 서면 누구라도 잠시 생각을 멈추게 됩니다.스스로에게 묻게 되죠.“나 역시 삶의 혼란 앞에서 이처럼 침착할 수 있을까?”대표적인 항마촉지인 불상은 경남 양산 통도사의 석가여래좌상, 그리고 경주 불국사 대웅전 안의 본존불이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신도들이 합장하고, 자신만의 ‘마군’을 극복하고자 기도했던 성지이기도 하죠. 항마촉지인은 그래서 ‘불상의 손’이라기보다 사람의 마음이 닿아야 할 자리’로 느껴지곤 합니다. 그 손끝이 땅을 가리키는 순간, 우리 마음의 번뇌도 그 자리에 내려놓게 되는 힘이 있으니까요.

 

🪷시무외인 (施無畏印) – 두려움을 내려놓으라는 자비의 손짓

사찰에서 관세음보살상 앞에 서면 마치 나를 향해 조용히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듯한 손짓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게 바로 시무외인, 즉 ‘두려움을 없애주는 손 모양’입니다. 이 수인은 보통 오른손(또는 왼손)을 어깨 높이로 들고 손바닥을 정면으로 펼친 자세로 나타납니다. 이 손은 방어하거나 공격하려는 제스처가 아닌, 중생에게 다가가 마음의 고통을 감싸주는 자비의 상징입니다.
불교에서는 삶이 고통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고통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수행을 이야기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무외인은 불보살이 가장직접적으로 중생에게 다가가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당신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손이죠. 이 수인은 특히 고통받는 이들에게 매우 큰 위로를 줍니다. 지장보살상이나 관세음보살상, 또는 어떤 극락정토의 부처상에서도 이 손 모양은 자주 등장하며, 보는 이의 불안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서울 봉은사의 관세음보살상이나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은 대표적인 시무외인 수인을 취하고 있어요. 그 앞에서 합장을 하다 보면 기도라는 행위가 단지 소원을 말하는 게 아니라“이제는 괜찮아질 것 같다”는 정서적 안정을 얻는 행위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 손은 누군가의 어깨에 올려지는 따뜻한 손처럼,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손짓이 불교가 지닌 자비의 깊이를 상징하죠.

 

🪷여원인 (與願印) – 소원을 들어주는 부처님의 약속

불상 앞에 서서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어본 적 있으신가요? 그 순간 불상이 부드럽게 손을 내리고 당신의 바람을 담듯 손바닥을 펼쳐주는 모습이라면, 그건 바로 여원인, 즉 ‘소원을 받아들이는 손’입니다. 이 수인은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무릎 아래나 허리쯤에서 조용히 펼쳐져 있으며, 부처님이 중생의 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형상화한 수인이죠. 여원인은 시무외인과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손으로는 두려움을 없애주고, 다른 손으로는 희망과 소망을 품어주는 가장 인간적인 불보살의 자세라고도 할 수 있어요. 특히 관세음보살, 아미타불, 지장보살상에서 자주 등장하며 사찰에서는 이 손 앞에서 가족의 건강, 시험 합격, 사업 번창 등 현세의 소망을 비는 기도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전북 김제 금산사의 미륵대불, 강원도 양양 낙산사의 해수관음상 역시 이 여원인을 취한 대표적인 불상입니다. 그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손을 모으게 되고, 눈을 감으면 마치 누군가가 조용히 “그래, 들어줄게”라고 말해주는 듯한 평온함이 스며들죠. 그 손은 말 대신 기도를 품어주는 공간이자, 불교에서 전하는 무한한 포용의 상징입니다.

 

🪷법륜인 (法輪印) – 진리를 굴리고 퍼뜨리는 손

불교에서는 ‘진리’를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널리 퍼뜨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수인이 바로법륜인입니다. 이 수인은 양손을 가슴 높이에서 마주하고 엄지와 검지를 맞댄 채, 다른 손가락은 곡선을 이루며 마치 작은 수레바퀴를 돌리는 듯한 형상을 취합니다. 그 자체가 법의 바퀴(法輪)를 굴리는 동작을 상징하죠. 법륜인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첫 설법을 시작한 ‘초전법륜(初轉法輪)’의 순간을 형상화한 수인입니다. 즉, 진리의 흐름이 이제 막 시작되었고, 그것이 세상에 퍼져나갈 것이라는 역동성과 방향성을 갖고 있어요. 불교는 단지 내면의 종교가 아니라세상과 연결되는 진리의 흐름이라는 걸 말해주는 손짓이기도 합니다. 이 수인은 미륵불상이나 설법불상에서 자주 등장하며, 서울 조계사, 경주 불국사의 설법전 불상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법륜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언가가 내 안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듯한 작은 회전과 울림이 느껴지곤 합니다.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이 손 모양은 ‘당신도 진리를 전할 수 있다’는 조용한 사명을 건네는 듯하죠. 말없는 손 하나가 던지는 메시지치곤 놀라울 정도로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수인입니다.

 

🪷선정인 (禪定印) – 고요 속에서 얻는 궁극의 집중

선정인은 불교 수인 중에서도 가장 내면적인 힘을 담고 있는 손 모양입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오른손이 왼손 위에 겹쳐져 있으며 엄지끼리 살짝 맞대어 작은 원을 만드는 형상. 이것이 바로 선정인, 즉 ‘깊은 명상 상태’를 나타내는 수인이죠. 이 수인은 주로 좌선하는 불상에서 많이 나타나며, 석가여래좌상, 미륵보살상, 약사여래좌상 등 불상의 ‘정중동’—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을 품은 형상을 상징합니다. 선정인은 부처님이 번뇌를 끊고 진리에 다가가는‘집중된 의식의 경지’를 표현한 것이며, 그 손 위에 담긴 고요함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가라앉히죠. 이 수인을 취한 불상 앞에서는 눈을 감고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가다듬게 됩니다. 사찰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많이 묘사되는 불상도 바로 이 수인이며, 경남 통도사, 전남 송광사, 서울 봉은사의 본존불이 대표적입니다. 이 수인은 눈부신 장식이나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저 그 손 위에 머물며 숨을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고요함 속에서 내가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침묵하는 손이 전하는 가장 깊은 설법

불상의 손 모양, 수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불교 철학의 가장 농축된 표현입니다.그 손짓은 말이 없지만 때론 책 한 권보다 많은 이 기도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명상하는 사람에게는 중심이 되어줍니다. 다음에 사찰을 방문하신다면 그저 눈으로 불상을 보는 데서 멈추지 말고, 그 손의 모양과 방향, 곡선의 의미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 순간, 당신을 향해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부처님의 손짓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