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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푸드가 아닌, 진짜 '스님 공양상' 알아보기

by 반짝이는멜론님 2025. 5. 26.

템플푸드가 아닌, 진짜 '스님 공양상' 이야기
템플푸드가 아닌, 진짜 '스님 공양상' 이야기

 

요즘 사찰 음식을 뜻하는 '템플푸드(Temple Food)'는 채식 위주의 건강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호텔과 백화점에서도 고급 메뉴로 재해석되어 세련된 한 끼로 소개되곤 하죠. 하지만 이런 음식은 대중에게 소개되기 위해 다듬어진 외부용 이미지에 가깝습니다. 실제 스님들이 사찰에서 수행하며 먹는 '공양상'의 진짜 모습은 어떤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템플푸드'와 '스님 공양상'의 차이

실제 스님들이 사찰에서 수행하며 먹는 '공양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정해진 시간, 정해진 규칙 속에서 음식은 수행의 연장선이자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으로 존재합니다. 한 마디로 "먹는 것도 도(道)"인 거죠. 우리가 흔히 접하는 템플푸드는 대체로 외부 방문객, 템플스테이 참가자, 또는 일반인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음식입니다. 이런 음식은 맛과 영양, 보기 좋은 모양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정된 버전입니다. 사찰에서 외부인들에게 불교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목적이 강합니다. 반면 스님들의 일상적인 공양은 절제, 자제, 감사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음식의 맛이나 다양성보다는 수행에 방해되지 않는 간소함과 필요한 영양 섭취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식사 자체가 하나의 수행 과정으로 여겨져,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에 마음 챙김과 감사의 태도가 깃들어 있습니다. 사찰에서의 식사는 '먹는다'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고, 음식의 근원과 가치를 이해하며, 모든 존재와의 연결성을 인식하는 수행의 시간입니다. 스님들은 매 끼니를 통해 삶의 근본 가치와 자신의 수행 목적을 되새깁니다.

 

새벽 6시 첫 공양

사찰에서의 하루는 대부분 새벽 3시~4시경 종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스님들은 새벽 기도를 마친 후, 첫 식사인 아침 공양을 새벽 6시 전후에 함께 합니다. 이 아침 공양상은 일반인의 아침식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간단하고 조용하게 진행됩니다.아침 공양의 메뉴는 주로 흰쌀밥 또는 잡곡밥, 된장국, 무나 배추로 만든 김치, 제철 나물 한두 가지가 기본입니다. 가끔 두부 반찬이나 삶은 감자,콩자반 정도가 추가될 뿐,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매우 소박한 식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 방식입니다. 스님들은 식사 중 대화를 하지 않고, 모든 식사를 침묵 속에서 수행하듯 진행합니다. 젓가락질 하나하나에도 마음을 집중해야 하며, 음식은 남기지 않고 마지막 한 톨까지 비워야 합니다. 이 모든 식사 행위는 음식을 먹는 동시에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입니다. 식사 전에는 반드시 음식에 대한 감사와 서원을 담은 기도문을 함께 외웁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며, 이 공양으로 모든 생명에게 도움이 되는 수행을 하겠다"는 의미의 기도를 통해 식사의 목적을 명확히 합니다. 이런 아침 공양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 그리고 그날의 수행을 위한 마음 챙김의 시작이 됩니다. 많은 스님들은 아침 공양을 통해 하루의 마음가짐을 정돈하고, 음식에 대한 감사와 절제를 배웁니다.

 

점심 공양

스님들의 점심 공양은 하루의 가장 주요한 식사이지만,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소박하고 검소합니다. 오전 중 노동이나 강의, 기도 등을 마친 후 오전 11시~12시 사이에 진행되는 점심은 정오를 넘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비교적 빠르게 진행됩니다.점심 공양의 주식은 쌀밥이며, 기본 반찬은 김치, 나물, 된장국입니다. 여기에 절에서 직접 담근 장아찌나 김부각, 콩조림 같은 보존식이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계절에 따라 도토리묵, 연잎밥, 마, 깻잎절임 같은 제철 음식도 등장합니다. 사찰 음식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마늘, 파, 부추 같은 자극적인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재료는 수행자의 마음을 흐리고 욕망을 일으킨다고 여겨져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가능한 한 가공식품이나 인공조미료 없이 절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주변 농가에서 받은 재료로 음식을 만듭니다. 점심 공양 역시 침묵 속에서 진행되며, 모든 스님들이 함께 시작하고 함께 끝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식사 속도가 빠르거나 느린 사람 없이, 모두가 비슷한 속도로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배려합니다. 이는 개인의 욕구보다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불교 정신을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공양 후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혀 발생하지 않도록 물로 그릇을 헹군 후 그 물까지 마시는 공양 예절이 이어집니다. 이는 모든 음식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저녁 공양 또는 약식

사찰에서는 보통 저녁 공양은 하지 않거나, 매우 간소한 가벼운 식사만 허용됩니다. 전통적으로 스님들은 해가 진 후엔 먹지 않는 계율을 따르기 때문에 저녁을 생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부처님 시대부터 이어져 온 수행 전통으로, 해가 진 후에는 음식 섭취를줄이거나 완전히 멈춤으로써 소화기관을 쉬게 하고 수행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현대 사찰이나 장기 수행 중 체력 소모가 큰 경우에는 죽 한 그릇 또는 미숫가루, 삶은 고구마 정도의 가벼운 식사가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마저도 수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짧게 진행됩니다. 특히 젊은 스님들이나 노동이 많은 사찰에서는 건강을 위해 가벼운 저녁 식사를 허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녁 공양이 없는 날에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하면서도 식욕과 집착을 끊는 의미가 더 강조됩니다. 실제로 스님들은 저녁 시간에는 주로 기도, 경전 읽기, 명상에 집중하며 육체적 배고픔보다 마음의 평화를 채우는 법을 실천합니다.

현대인 입장에서 보면 '배고프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스님들에게는 저녁을 거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일 수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스님들은 저녁을 먹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고, 잠자리에 들 때 더 편안하며, 아침에 더 맑은 정신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행자의 공양에는 철학이 담겨 있다

스님들의 식사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하루 수행의 일부이며, 마음 수행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입니다. 공양은 배를 채우기보다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고, 음식을 섭취하는 동시에 욕망을 내려놓는 수련입니다. 공양 문화에는 세 가지 중요한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감사함'입니다. 스님들은 매 끼니마다 기도문을 외우며 이 음식이 누구 덕분에 내 앞에 놓였는지를 생각합니다. 농부의 노동, 자연의 선물, 시주자의 마음, 조리하는 분의 정성까지 모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둘째, '비움'입니다. 식사는 배를 채우는 행위지만, 동시에 마음의 욕심을 비우는 수행이기도 합니다. 많이 먹지 않고,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찾지 않으며, 음식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기릅니다. 이를 통해 육체적 욕구에 지배되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을 키웁니다. 셋째, '깨어있음'입니다. 스님들은 식사의 매 순간에 깨어있는 의식을 유지합니다. 밥 한 숟가락을 뜰 때도,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을 때도, 물을 마실 때도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합니다. 이런 식사 방식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 깨어있는 마음을 기르는 수행의 연장선입니다. 화려한 '템플푸드'와 달리, 진짜 스님 공양상은 조용하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오히려 더 깊고 울림이 큽니다. 그건 단지 맛을 위한 식사가 아니라 삶과 죽음, 욕심과 비움 사이를 오가는 수련의 식탁이기 때문입니다.